안녕. 오늘도 어색하고 어리둥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니?
나는 40의 너야. 지금의 내가 너에게 이렇게 글을 쓰는것은 이제야 알게되고 이해되는것들에 대해 너에게 꼭 말해주고 싶고, 너에게 전달되지 못하더라도 내일의 나를 위해서 편지를 쓰는 것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기 때문이야.
내 기억으로 니가 처음으로 일기를 써본것이 학교에서 숙제를 받고서가 아닌가 싶어, 정확한 시기나 계절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나는것은 그때의 그 당혹감과 배신감 그리고 그것을 밖으로 애써 티나지 않게 하려던 너의 모습과 마음은 생각이 나. 알림장으로 일기라는 것을 작성하고 자신의 하루를 기록하고 생각과 느낌을 기록하는 것은 많은 위인들이 해오는 훌륭한 일이고 너희들도 자신의 행동과 생활을 돌이켜 보면서 기록해 보는 좋은 과정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무언가 그럴싸 해보였고, 일기장이란 노트도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날짜를 적고 날씨를 쓰는 행위 자체가 굉장히 그럴듯하고 재미있기도 했어. 어제 까진 그냥 지나가던 하루였는데 내가 적어 내려간 오늘은 뭔가 다르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지. 그러나 너도 이미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가 잘못 이해하고 있던게 있었어. 사실 왜 그렇게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은 지금 들기도 하는데 넌 아마 그런 생각은 들지 않을거야.
일기를 쓰고 학교에 가져 갔을때 선생님이 내용을 전부 읽어 보고 심지어 쓴 내용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밑줄을 쳐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달고, 반 아이들에게 말을 하기 까지 할때 지금의 나도 생생해 그 충격이 아니 일기는 자신의 것이고, 자신만의 비밀인데 이걸 이렇게 평가를 하듯이 말하고, 심지어 공개 하다니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하는 생각 말이지. 지금의 넌 아직 그 충격에서 벗어났는지는 모르겠다. 아니지 아마 그게 충격인지도 모르고 있었던 게 더 맞을거란 생각도 든다. 자라면서 그게 정말 큰 충격 이었구나 하는 느낌이 점점 들어 갈거거든, 이걸 직면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거야. 하여간 그때 였을꺼야 일기란 것이 솔직하게 적어서는 안되는것이구나 하고 생각 하게 된 것이.
어찌보면 너는 나름의 생존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어 상대를 어색하거나 부끄럽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의 당혹감과 문제의식을 감추는 방식의 태도 말이지. 그냥 상대에게 맞춰버리고 원하는 것의 적당한 수준에서 트러블 생기지 않으려는 태도가 생기기 시작한것이 아니면 그 이전부터 그 태도와 방식이 익숙해져 있었는데 내가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순간이 8살의 너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지금 너를 비난하거나 너의 선택을 후회하는 말을 하고자 하는건 아니야 오히려 이해하고자 하는것에 가깝고 지금이라도 다시 알려주고 싶은마음에 글을 쓰고 있는거야. 니가 일기가 자신만의 비밀이고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한것은 사실 돌이켜보면 학교에서 들은게 아닐꺼야 적어도 선생님에게 들은 것은 아니였단 말이지. 그저 그건 어디선가 읽은 책에서 본것이었던게 아니였나 싶기도해. 그리고 더 중요한건 학교에서 일기를 숙제로 내어주는 목적은 나만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나의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라는 것이 아니라 한글을 배우고 그것을 사용해보며 글쓰기를 배우는 과정의 연습으로 내어준것이 더 정확한 목적 이였을거야.
하지만, 그걸 지금 알게 된거 같아. 아마 넌 한동안 시간이 흘러 성장해 갈수록 일기를 평가 받고 누군가가 늘 볼수 있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마음을 감추고 들키지 않으려는 자세로 지내며 힘들건데 그걸 원망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그거대로 크게 나쁠건 없는데 문제는 니가 이 특성을 갖게 되면서 점점더 혼란스러워 하는것이 안타까워 지금의 나는 그래서 8살의 너에게 꼭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
요한아 마음을 들킨는 것에 겁내지 마 그것을 보여지는 것이 챙피한 일은 아니였어. 오히려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써 다른 모습을 흉내내고 아닌척 한 것이 더 내가 힘들었던것 같아. 그리고 더 정확히는 들키는 것이 아니라 있는그대로의 너를 알아가는것 그리고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주변과 공유 하는것 그것이 너나 내가 원했던 것이란것을 지금은 알게 되었거든.
아마 아직은 내가 하는 이야기가 혼란스럽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당황 스러울거야 그리고 오히려 나의 섬세하고 예민한 감정이 부끄럼과 챙피함을 먼저 느끼게 하며 숨고만 싶을지도 모르지 그리거니 지금 한번에 다 이해하려 하기 보단 우리 앞으로 천천히 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나눠 가보자. 또 편지 할께 안녕.